2012년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전에 먼저 지나간 2011년을 돌아보고자 한다.
나의 2011년은 그해의 증시와 많이 닮았다.
1월.
희망과 함께 시작한 1월, 증시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을 예상하는 장미빛 전망들이 쏱아졌다. 나역시 새해와 함께 시작한 인턴생활과 이전에 가져보지 못했던 희망에 고무되어 새로운 한해를 계획했고 모든것이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2월과 3월.
혹독한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오듯이 증시는 세계 경제위기를 극복한듯 연일 상승했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졸업을 했고, 취업에 성공해 흩어졌다. 나역시 무사히 인턴을 마치고 대구에 새 둥지를 마련했다. 매일 나에게 힘이 되어주던 사람과 가까우면서도 멀어졌지만 모두의 성공을 위한 기분 좋은 이별의 연속이었고 나의 작은 행복의 빈자리를 그리움으로 채워야했다. 2,3월은 그리움의 크기만큼 행복이 컸었던 달이었다.
4월.
증시는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다. 모두들 위기는 없을거라 생각했고 밝은 미래만 있을 것이라 믿었다. 나는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었고 더 높은 목표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었고 곧 이루어 질 것 같은 희망에 가득차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고 행복했었다.
5월.
누가 4월은 잔인한달이라 했던가? 나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다. 증시는 경기회복이라는 장미빛 전망에 젖어 간과 했던 유럽문제가 붉어졌다. 곧 이루어 질것만 같았던 나의 꿈도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내게 아주소중한 한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다. 정말 많이 화가 났을때 보내는 장문의 문자. 그 문자를 받은 난 그저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하지 못했다. 지금껏 누군가가 나에게 그토록 화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어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어떻게 사과를 해야할지 몰랐다. 전화조차 받지않을 만큼 나에게 화가 났었던 사람에게 내가 얼마나 미안해 하고있는지 표현하지 못한채 그렇게 시간만 흘러갔다.
6월과 7월.
증시는 유럽 위기로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느낌.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싫어하지 않는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것은 처음이다. 대부분은 날 좋아하지 않을뿐 그럭저럭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항상 나는 먼저 싫어하는 쪽이었고 내가 철저하게 등을 돌린 상대는 날 싫어할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밥을 먹을때도, 샤워를 할때도,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도.....
단 한순간도 내가 버려졌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울수 없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 뒀다. 그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8월.
미국신용등급 강등. 하한가 종목이 속출했다.
난 우울증에 걸렸다. 몸도 마음도 바닥이다.
증시도 나도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9월.
증시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괜찮나?"라고 물었고 난 "이제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대답하는 순간만이라도 괜찮아 보이고 싶었다. 난 전혀 괜찮지 않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게 너무나 싫었고 따스하게 비추는 태양과 시원한 바람도 싫었다. 자고나면 내일이 온다는 사실이 너무나 싫었다. 괜찮다 말하는 동안에도 괜찮지 않은 나 역시 급등락을 반복하는 증시와 같았다.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다문채 마음을 죽이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건 전혀 괜찮지 않다. 그러니 괜찮냐고 묻지마라.
10월과 11월.
연초의 희망은 오간데 없고 불확실성만 존재하는 혼조장세가 계속된다. 난 모든것을 정리하고 대구를 떠났다. 다시는 돌아올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언젠가 돌아오겠다고 다짐하며......
새로 시작하는 곳에서 난 혼자다. 함께 영화를 보는것도,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도, 함께 지하철을 타는 것도,함께 밥을 먹는것도, 함께 쇼핑을 하는것도, 함께 하던 노래도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 나의 행복했던 추억들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12월.
산타는 없다. 연말증시의 산타랠리는 없었다. 난 한번도 선물을 받아본적이 없기에 산타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2011년은 한번도 받아본적 없는 산타의 선물을 기대하며 스스로를 희망고문 속으로 밀어넣었다. 내가 원했던 선물은 내가 절대 가질수도 꿈꿔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스스로를 희망으로 고문하고 무너뜨리며 한해를 보냈다. 이기적인 내가 원했던 선물은 작은 행복이었는데.....
내 인생에 산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