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00녀가 등장했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그 중에는 인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사회, 어느 문화권에나 이런 사람들은 소수 존재하고, 따라서
이 기사 속 택시 기사와 백화점 판매사원처럼 횡액을 당하는 사람들도 항상 있다.

문제는,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속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비상식적인 태도에 대해 무조건적인 수용의 태도를 보이는 걸 당연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객이니까.' '손님은 왕이니까.'
상대가 친절하고 그렇지 않고를 떠나서 고객들은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사는
서비스 이상의 '왕같은 대접'을 기대한다.
여기서 서비스 제공자의 인권과 감정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서비스 제공자의 인격이 보호되는 분위기의 사회였다면
이 기사분은 해당 여성이 험하게 입을 뗀 직후 차를 세우고
내릴 것을 요구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불친절한 택시 기사가 많다는 불평이 많다고 해도
그들도 다시 볼 가능성이 별로 없는 고객들에조차 꼼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아파트 환풍기가 고장나 as를 신청한 적이 있었다.
유쾌한 성격의 기사가 친절하게 봐 주었는데 며칠 후 새 환풍기를 들고 와
교환을 해주겠다 했다. 그런데 약속한 날짜가 한참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따로 연락할 방법이 없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언제쯤 다시 오실건지만
물어봐 달라'고 했다.
나는 궁금한 것을 물어봤을 뿐인데 상담원은 쉴 새 없이 미안하다고 했고,
바로 다음날 전에 봤던 그 기사가 새 환풍기를 들고 왔다.
그런데 이번엔 예의 그 친절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굳은 얼굴로 예의를 갖추고
있었지만 그가 뭔가 마음이 상했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나는 그가 일을 하는 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알고보니,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한 것이었다.
내가 원한 것은 불이익이 두려워 마지못해 이를 악물고 하는 서비스가 아니었다.
첫날, 그저 한 사람의 이웃으로서 웃으며 말을 건네던 그 사람이 그리웠다.

서비스 종사자들도 사람이다.
이제 그들도 비상식적인 상황에서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Posted by 밝게빛나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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