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건희재테크칼럼니스트][이건희의 행복투자]
수직계열화를 이룬 회사나 기업군에서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가 장기적으로 크게 오른
경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는 A→ B→ C→...
로 이어지면서 수직적 구조를 이루는 사업을 전부 하는 하는 것이다. 이는 ‘다각화(D
iversification)’가 현재 하고 있는 것에 연관되는 사업이나 새로운 분야로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수직계열화의 대표적인 경우로는 제품의 제조 과정에 필요로 하는 원료를 생산하여 최
종 제품의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직접 전부다 하는 경우, 기초 원료에서
출발하여 중간 원료를 생산하고 중간 원료에서 최종 제품까지 생산하는 과정을 모두
하는 경우, 원자재나 부품을 공급받아 생산하고 유통경로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기초 원료나 중간재만을 생산하여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기업으로 넘기는 경우에
비하여, 후방산업에서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최종제품의 생산이나 유통까지 하는 경
우에는 소비자 요구의 변화를 직접 파악하여 제품의 설계와 제조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스피드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전방산업의 다른 업체에서 원료나 원자재를 받아올 때에 시장 수급의 구조상 가
격협상력을 갖기 힘들면 원료나 원자재의 가격 변화에 기업 이익이 크게 좌우되면서
영업실적의 변동성이 커지게 노출되는데 수직계열화를 통해서 그런 위험을 줄일 수 있
다. 원료의 독점으로 경쟁자를 배제하여 원가 경쟁력이 높고 다른 기업에 비하여 원가
상 우위가 확보된다.
수직계열화를 이루면 원료부터 제품까지의 기술적 일관성에 의해 기술 경쟁력을 키우
기 유리하고, 자체적으로 쌓은 노하우와 기술을 보호하면서 경쟁사에서 모방하는 것을
방지하기 수월하다. 자금조달과 생산계획을 조정하기 용이한 편이며, 공급원과 유통
망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데도 유리하다.
수직계열화는 한 회사 안에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계열사나 협력회사 제도를 통해서
하는 경우도 많다. 과거의 사례에서부터 근래 사례에까지 수직계열화의 사례들을 보겠
다.
◆삼성전자
설립 이후 일본회사 등과 합작을 통해 제품원료부터 완제품 생산 및 판매에 이르는 수
직계열화를 추진하여 이미 오래전에 수직계열화에 다가선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사업은 같은 그룹 안에서 ▲삼성전기(종합전자 부품회사로서 소재부품, 무
선 고주파 부품, 광부품 등 생산) ▲삼성SDI(LCD, PDP, AMOLED, 리튬이온 2차전지 등)
▲삼성테크윈(군수용품과 디지털카메라 등의 정밀기계 제품) ▲삼성코닝정밀소재(삼
성과 미국 CORNING사의 합작법인으로 설립, TFT-LCD용 기판유리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의 무기소재 전문기업) 등과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또한 각종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화학물질과 원자재 및 부자재를 제공하는 화학기업인
삼성토탈(삼성그룹 50%, 프랑스토탈그룹 50%로 주주 구성), 삼성석유화학, 삼성정밀화
학, 삼성BP화학 등이 받쳐줌에 따라 다양한 전자제품을 만들어내는 경쟁력을 갖추는데
유리하다.
◆LG전자
LG전자에는 ▲LG디스플레이(TV 및 모니터·휴대폰용 LCD 모듈) ▲LG이노텍(LED PKG,
디지털,아날로그 튜너, 광디스크 드라이브용 모터, 모듈레이터 사업 등) ▲LG실트론(
반도체 소자 제조용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루셈(㈜LG와 일본 Oki반도체 합작으로
설립, 평판디스플레이의 핵심부품인 Drive IC와 BLU용 LED 생산) 등이 받쳐주고 있다.
또한 LG화학, LG석유화학, LG폴리카보네이트(세계적 화학회사인 Dow Chemical과 LG화
학의 합작법인으로 설립), LG MMA(일본 종합화학업체인 스미모토화학, 일본촉매의 합
작법인으로 설립) 등에서 기초소재가 제공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에는 그룹 내 수직계열화가 상당 부분 기여하
였다. 일본의 소니가 디스플레이 모듈 회사를 수직계열화하지 못하여 TV시장에서 어려
움을 겪었지만, 이와는 다르게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삼성SDI와 LG디스플레이
등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조달체계를 이루어서 견고한 영업을 해나갔다. 삼성과 LG그룹
에서는 서로 연관되는 산업군이 수원, 구미, 탕정 등 특정 지역 안에 모여 있으면서
원활한 정보교환, 마케팅, 유통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
금융위기 이후로는 철강재에서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룬 현대차그룹이 돋보이고
있다. 철판생산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 → 공장건설(현대엠코, 현대건설) → 자동
차부품제조(현대모비스)→ 완성차 생산 (현대차, 기아차)→ 차량운반(글로비스)→ 할
부판매(현대캐피탈)로 완벽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글로비스는 최근 철스크랩(고철)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의 원료조달 체계에 직접 나서고,
현대하이스코는 2011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9220억원 들여 연산 150만t 규모의
당진2냉연공장을 신설한다.
현대제철도 지난달 제3고로 투자를 발표하는 등 수직계열화를 더욱 강화시켜가고 있다
. 철강분야에서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이루면서 유리한 영업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
대제철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둘 만하다.
◆SK그룹
1991년에 원유를 기반으로 하면서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모토로 이미 제1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였으며, 지금은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LNG(액화천연가스) 사업에
서 제2의 수직계열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와 가스를 양대 축으로 하는 글로벌 에너지 전문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
는 틀이 만들어질 것이다. 세계적으로 원유가 고갈되어가더라도 천연가스는 원유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채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인 기업 성장
의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STX그룹
2001년에 그룹이 출범한지 10년 만에 매출과 자산규모가 100 배나 성장하였다. 이러한
고속 성장의 배경에는 ▲STX메탈(엔진 부품) ▲STX엔진(엔진 제작) ▲STX조선해양(선
박 및 플랜트 건조) ▲STX팬오션(해운)등 서로 연관되는 산업들의 수직계열화를 통하
여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 것도 한몫을 했다.
◆사조그룹
수산부문의 수직계열화와 축산부문의 수직계열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서 수산업, 축산
업, 육가공 및 식품 제조·판매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여왔다. 사조산업은 금융위기 발
생하기 이전인 2006년에 비하여, 4년 동안 자본금은 변함이 없음에도 자본총계는 2배
로 늘어나고 매출액도 2배로 늘어났다.
연간 순이익은 6억원에서 374억원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이에 따라 2006년에 사
조산업의 주가는 액면가인 5000원 근처에 머물다가 지금은 액면가의 10배인 5만원을
넘어 있는 상태이다.
◆호남석유
호남석유는 롯데그룹 소속의 석유화학회사로서 NCC에서부터 HDPE, PP, EO, EG까지 수
직계열화를 이루었다. 제품이 수직계열화 구조를 이루어가면서 실적 향상과 더불어 성
장성이 두드러졌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종목 중
하나가 되었다.
◆태양광산업체
근래 들어서 여러 기업들이 태양광산업의 수직계열화를 향해 나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이 KCC와 합작해 태양광사업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원재료에서
부터 출발해 폴리실리콘→잉곳ㆍ웨이퍼→태양전지→태양광모듈→발전 시스템`으로 이
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한화, 삼성 등도 2013년께 수직계열화룰 목표로 하고
있다.
◆조직 유연성에 약점
다만 수직계열화에는 빛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도 있다. 예를 들어 후방산업인 자
동차 산업이 호황을 보일 때나 후방산업인 가전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면 원자재와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들 실적이 함께 좋아지면서 선순환이 나타나는 반면, 반대로 후
방산업을 영위하는 업체가 크게 위축되는 시기에는 전 계열사가 함께 어려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후방산업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미래에 상황 변화 시 위험도
가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현대모비스 같은 경우는 ‘2020년 자동차부품업계 글로벌
톱5’라는 중장기 비전에서 현대모비스 전체 매출 가운데 70%에 달하는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60%까지 낮출 계획이다.
한편 수직계열화의 구조 속에서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지거나 핵심 분야 내부화에 따라
관리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의사결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할 때에는 환경
변화에 오히려 융통성 있는 대응이 힘들 수도 있다. 제도적으로는 반독점, 독점규제법
에 의해 제약받는 부분도 생겨난다.
한국에서 상당수의 대기업군에서 수직계열화가 상당히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일본
에서는 실패한 사례도 많다는 평가가 있음에 유의해야한다. 장점이 잘 살려지고 단점
이 최소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희재테크칼럼니스트 sam05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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