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바.齬.蜉.波.
- 돌아, 다니는 머스매. 어슬렁거리며 우리사회가 흘려놓은 넝마들, 고민스럽고 자꾸 시선이 박히는 그런 장면들을 머릿속에 주워 담고, 사진기에 주워 담고, 수첩에 주워 담아, 잠시 저장했다가 다시 넝마로 엮어 밖으로 흘려보내는 가련한 넝마주이.
2009 경기도
1.
대체 아이는 왜 키워야 하는 걸까?
백년의 대계를 이루기 위해?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므로?
혹은 타락한 어른들을 구원하러 온 천사이므로?
종족을 번식시키라는 DNA의 명령이어서?
어른들이 심심하니까?
인류사의 유산을 물려주어야 하니까?
고령사회를 지탱해 줄 노동력이 필요해서?
남들도 다 키우니까?
나이 들면 외로우니까?
2010 경기도
2.
그건 그렇고, 애들은 왜 어른 말을 안 들을까?
돌아가신 어느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우리 부모들은 조선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이나 자식들에게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라”고 했다는데, 대체 왜 그랬던 것일까?
그것이 이른 바 삶의 지혜일까?
애들이 로봇이 되면, 어른은 행복할까 불행할까?
애들이 부모 말을 잘 들으면 세상이 더 나아질까?
2009 서울
아이는 부모보다 잘나야 하는 걸까? 혹은 잘나가야 하는 걸까?
잘난 부모의 아이는 더 잘나야 하고, 더 잘난 부모의 아이는 더더 잘나야 할까?
부모보다 못난 아이의 기준은 무엇일까?
왜 언론은, 공부 잘하던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버리면 더 호들갑을 떠는 걸까?
노동자의 자식도, 자본가의 자식도, 권력자의 자식도, 아이들은 모두 공주님 왕자님이어야 하는 것일까? 어릴 때니까? 혹은 어릴 때라도?
2010 충청도
3.
수많던 1등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수많던 꼴등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1등들이 느끼는 삶의 고단함은, 꼴등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와 뭐가 다를까?
옛 정부는 그만 낳으라고 눈을 부라렸는데,
지금 정부는 왜 더 낳으라고 꼬시는 걸까?
예전에 많이 낳던 사람들이, 왜 지금은 덜 낳는 걸까?
2010 서울
우리는 아이가 소박하더라도 행복한 삶의 주인이 되길 바라는 걸까,
긴박하더라도 잘난 삶의 주인이 되길 바라는 걸까?
어른은 왜 아이를 업어줄까?
어부바는 아름다운 모습일까? 힘겨운 모습일까?
아름다운 힘겨움일까? 힘겨운 아름다움일까?
2010 강원도
아이들이 믿는 만큼 자란다는 건 사실일까, 환상일까?
애들이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는 건 현실일까, 착각일까?
대체 우리는 왜 아이를 키우는 걸까?
아이들은 우리의 희망일까, 절망일까?
아이들은 우리의 날개일까, 족쇄일까?
2009 전라도
내가 너를 조종하는 걸까,
네가 나를 조종하는 걸까?
우리는 서로의 조종사일까?
엄마가 아이를 낳는 걸까,
아이가 엄마를 낳는 걸까?
내가 너를 업은 거니,
네가 나를 업은 거니?
* 이 사진과 글은 격월간 <인권>에 실렸던 것을 수정 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